[교통인문코너-3] 지역교통이 살아낼 수 있는 힘, 생산적 '사랑'
[교통인문코너-3] 지역교통이 살아낼 수 있는 힘, 생산적 '사랑'
  • 황경수 제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24.02.2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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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이라는 책 제목을 들으면, “사랑을 가지고 무슨 논할 것이 있길래 철학책이라고 쓰는가?”혹은 “사랑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연구해야하고, 책으로 읽어야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읽고자 하는 에리히 프롬은 개인간 사랑에 대한 의미도 크지만, 일단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을 강조하고자했다. 그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 머리말 한 모퉁이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한다.”문구 중 ‘생산적’ 방향이라고 하는 것은 뒷 부분에도 나오지만 ‘개인 자신이 독립적으로 추구하는 의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될 듯 하다.       

오늘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중심으로하고, 관련 문헌들을 통해서 지방교통이 추구해야할 지향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에리히 프롬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여러 학자 중 한 명이다. 아도르노, 하버마스, 마루쿠제 등이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었던 학자로 알고 있다. 대학시절 이 저자들의 책을 한 두권씩은 읽으려고 노력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에리히 프롬은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지만 기고문를 쓰는 저에게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학자였다는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지역의 발전이라는 프레임으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을 해석하고 지역교통에서 얻을 교훈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에리히 프롬은 아이의 발달은 ‘독립자율에 대한 추구’와 ‘부모로부터 겪은 고유한 사랑 경험’에 의한다고 본다. 이 두 요소의 변증법적 발전이 한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논리를 우리 교통에 적용해보면, 교통이라는 영역은 중앙정부의 원칙과 지원, 배려 등의 한 축과 지방이나 한 분야의 자율적 발전의지가 충돌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프롬은 프로이트의 ‘충동 이론(욕구이론, 타나토스와 에로스적 접근)’을 비판하면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할 능력이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을 제안한다. 지방에 적용하면, 지방이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방이 주체적 교통사랑을 펼치는 것을 크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에리히 프롬은 부모라는 준거 인물의 사랑하는 방식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아이들은 내적 독립성을 키우는 근본적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생산적 productive(라틴어의 producere)’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적 의지가 자력으로 생각하고 사랑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지방에 적용해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지방이 스스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낼 의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부모의 역할을 하는 국가가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하여 통일성을 추구하는 노력이 지방에 필요한 정책들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독일계식 법체계여서 국가가 정한 법의 범위내에서 지방정부는 일을 해야한다는 규범적 인식이 매우 높다. 이 부분을 지역마다. 지역에 맞게 정책을 펼 수는 없겠는가 하는 것이다. 생산적 ‘사랑’의 개념을 넣어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안의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능력을 “살아있는 생명에 이끌린다”는‘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용어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맥락은 교통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사랑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전체가 노력해야 하기도 하지만 지역별로 해당지역의 교통사고를 줄이고, 로드킬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로와 토목사업을 하더라도 친환경적으로 해내야 함을 알 수 있고, 교통약자에 대한 사랑이 필요함을 읽어낼 수 있다.   

공학적 접근에 ‘사랑’이라는 인문학적 따뜻함이 추가되면, 교통으로인한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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