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란 책에서 우리는 그 동안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로서의 사랑을 통하여 분리를 극복하고, 타인을 착취하려는 욕망 등도 극복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사랑에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능동적 성격의 의지는 물론 그 외의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라는 기본적 요소들이 추가되어야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사랑에는 ‘보호’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한다. 어린애에 대한 모성애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어린애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면, 또한 어머니가 어린애에게 젖을 주지 않거나 목욕을 시키지 않거나 편안하게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보증을 듣더라도 우리는 진실한 사랑이라고 감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통약자에 대한 보호라는 것이 사랑에 의해 이루어져야함을 알 수 있다. 규칙을 만드는 행위나 공약으로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장에서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려는 행위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론과 규칙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보호와 관심에는 사랑의 또 하나의 측면인 ‘책임’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임에는 규정을 지켜내는 의무, 혹은 외부로부터 요구된 행위를 해야하는 행위의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을 살펴보아야한다는 것이다. 행정의 이념 중 ‘책임성’을 이야기할 때 책임성(responsibility)과 대응성(resonsiveness)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두 개념은 모두 대응하다(responsiv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점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고, 관심을 상대방에게 두고, 소통을 하며, 요구에 대응한다는 측면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이를 교통에 적용하면 규정에 따른 책임성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요구와 현장의 상황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언론으로부터 요구되는 여론, 사회에서 토론으로 얻어낸 공론도 중요하며, 일반 주민들의 요구에도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상대방에 대한 ‘존경’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혹 사랑에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라고 염려한다. 존경을 어원적으로 본다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다른 사람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이와 같이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존경은 자유를 바탕으로 해서 성립하며, 사랑은 ‘자유의 소산’이고, 결코 지배의 소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통에서는 서로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보는 소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고객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관점, 독특한 개성이 있다면 그 개성을 읽어내는 소양, 그리고는 받아들이는 마음, 그 사람이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교통약자들을 볼 때 가져야할 아주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도로설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젊은 분들이어서 어르신들의 행태와 관계없는 설계를 한다는 평을 듣는다. 예를 들어 육교를 선호하고, 평면횡단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어르신들의 계단오르고 내림의 어려움을 젊은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고, 그래서 육교를 설계한 것이 의도하지 않은 외부혀과인 외부불경제성으로 인해 어르신들이 교통사고를 겪게하는 일이 생긴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넷째, 사랑을 위해 필요한 요소인 보호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람을 존경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알아야한다는 점과 연결된다. 그 사람의 주변에 머물지 않고 핵심으로 파고드는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해서 다른 사람을 그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 방법론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1) 인간의 비밀을 절망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개념이다. 예를들어 나비를 알기 위해 날개를 꺽어보고 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가학성 음란증(쎄디즘, sadism)과 연결되는 측면이다. 인간을 괴롭히고 고문해서 고통속에서 자신의 비밀을 누설하도록 강요하는 욕망과 능력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와는 역으로 2) 사랑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아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것이고, 침투를 통해 알려고 하는 욕망을 합일에 의해 만족을 얻는 방법이라고 한다. 융합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당신을 알고, 나는 나 자신을 알고, 나는 모든 사람을 알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사랑의 행위에 의해서 다른 사람의 지식을 얻는 메카니즘을 강조한다.
교통심리학의 귀결은 ‘사랑’에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교통을 공부한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 책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가지고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상학적 접근인 ‘판단중지’와 ‘감정이입’이라는 개념도 연결되는 듯 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판단을 중지하고,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침투해서 들어가고, 감정이입이라는 기법을 적용하여 상대방을 이해한 후,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보도록 노력하는 기법이다.
사랑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사랑이 없는 공학은 또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엄격한 공학을 배우고, 사랑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은 개인의 독서와 다양한 토론기회에 참여를 통해서 끝없이 영원히 배워야할 과제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