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은 짧고 후회는 길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쾌락은 짧고 후회는 길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 제주교통연구소 현병주 이사
  • 승인 2018.12.0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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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음주운전을 사고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두려워할까? 아니면 단속에 걸리면 벌금내고 면허정지나 취소되는 처벌을 더 무서워할까? 혹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어느 누구의 협박이 두려워서 음주운전을 할까? 자신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알아도 만류하지 않은 것은 도대체 왜 일까? 

위의 질문에 하나씩 마음속으로나마 생각해보자. 질문을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실제 음주운전자들이 음주운전을 사고위험 때문에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단속여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두들 ‘다음 날 차가 필요해서’라거나 ‘내차가 아니면 돌아갈 교통수단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말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어떤 경우일까?

흔히 ‘만부득이’라고 말하는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를 이른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게 되거나, 술에 취했지만 차를 움직여주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차를 그곳에서 피양할 요량으로 움직인 때는 ‘긴급피양’으로 봐서 음주운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갈 교통수단이 없다거나 다음 날 차를 써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걸어가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소위 ‘자가용의존증(My Car Syndrome)_MCS'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이유야 어쨌든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권하는 술도 마다하다가 조금만 마시겠다거나 ‘딱 한 잔만’이라도 술을 입에 대면 그 때부터는 사람의 의식은 알코올에 지배를 받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점점 음주운전의 죄의식이나 위험성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판단하게 되는 무분별한 충동에 휩싸인다. 그러면 생각하는 바나 말하는 내용이 음주운전하다 걸리면 ‘벌금 내버리지 뭐’,‘걸리면 걸리라지 뭐’라고 대담(?)해져 정도가 끝이 없다.

그런데 알코올의 지배에서 벗어난 정신독립이 되는 때 밀려오는 후회는 막을 길이 없고 다른 사람이나 사랑하는 가족이 알까 전전긍긍하게 되니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한심하기도 하다. 그래서 음주운전을 톨스토이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에 빗대어 ‘쾌락은 짧고 후회는 길다’고 하였더라.

“단속 안 된다고 사고 없으랴.”

음주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단속도 안 되고 사고도 없었던 사람이 대부분이다.

잦은 위반행위는 죄의식성을 약화시켜 반복적인 일상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이거늘 음주운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즉 술을 마시고 운전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판단기준이 음주운전으로 야기될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그 결과와 피해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단속되느냐 아니냐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실리를 따지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 물을 때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사고의 위험성보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그 사람은 음주 전에는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지만 음주 후에는 자신이 마신 술의 양을 따져보고 자신의 주량과 운전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음주운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음주운전 여부의 판단 기준을 ‘처벌’과 ‘단속’보다‘사고위험성’과 ‘피해의 심각성’으로의 사고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키면 가해 운전자나 피해 운전자나 가장 먼저 자신의 음주상태를 더욱 걱정한 나머지 현장을 떠나버리는 일이 많다.

경찰청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발생한 9,074건의 뺑소니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29.1%가 음주운전이었다고 하며 뺑소니의 이유로는 ‘처벌이 두려워서’, ‘무면허 운전이기 때문’이라는 운전자들이었다.

정작 음주운전을 시작할 때는 단속여부에 집중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그에 대한 처벌과 운전자격을 따지는 매우 단순해진 모습이다. 음주운전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 자신의 신변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사고에 의한 피해에는 덜 관심을 갖게 되므로 음주운전은 사고가 될 경우 인명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운전자 중에는 아침 출근 중 어젯밤 마신 술로 인한 숙취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의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를 당한 경험을 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사고의 정황으로 볼 때 상대방이 명백한 가해자임에도 자신이 술 냄새가 나기 때문에 섣불리 피해 사실을 주장하며 사고처리를 할 것을 요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럴 때는 사고처리를 경찰에 의뢰하는 것 또한 부담이다. 음주운전 여부는 모르는데 혹시라도 측정을 했을 경우 수치가 나오면 영락없이 음주운전이 되어 처벌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운전자 중에는 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임에도 운전을 하거나 면허가 취소되어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음주운전은 단속 당하지 않으려는 꾀를 쓰면 사고라는 올가미에 걸려서 빠져나올 수 없는 멍에를 쓰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일으키는 사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음주운전 중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전 행동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사고로 이어진다. 그 중에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보행자나 주차된 차량을 들이 받는 사고
‘터널시 효과’로 인해 시야의 범위가 도로의 중앙에 집중되어 다른 차량이나 주차된 차량, 그 사이로 횡단하는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특히 야간인 경우는 주변의 조명이 어두워지면 운전자의 시력저하와 함께 사고유발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중앙선 침범이나 도로이탈 사고
음주상태에서는 동공축소가 심해져 주변시야의 중요 정보를 생략하거나 전조등 불빛으로 인해 좁아진 동공의 회복속도가 늦어져 중앙선 침범이나 도로이탈 사고가 흔히 발생한다.

신호위반 사고
시야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과 더불어 색채 식별능력이 감소하여 앞차의 후미등과 신호등, 주변의 네온사인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 신호위반, 급출발, 지연 출발 현상 등이 나타나며 신호대기 중에 잠이 드는 일도 있다.

추돌사고
음주상태에서는 정보처리 시간이 길어지므로 앞 차와의 거리 판단과 공간지각 능력 감소로 서 있거나 진행 중인 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정상적인 주행 상태에서의 운전자의 평균 반응시간은 0.8초~1초 정도이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는 1.2초~1.5초, 0.1%에서는 1.4초~2초에 이른다.

이 밖에도 고속도로 역주행, 진로변경 중 사고, 비정상적인 제동에 의한 사고, 졸음운전 사고 등이 연관성을 갖는다.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하고 때로는 위협하는 이유가 뭘까? 요즘 광고카피로 사용되는 Talk, Play, Love가 정답이다. 그 주체는 ‘가족(Family)’=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운전자와 가족은 대화(Talk)가 부족하고, 아이들과 노는(Play) 것도 부족하고, 사랑(Love)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사랑(Love)을 나누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같이 나누기 위하여 우리는 그토록 음주운전을 만류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음주운전 안 한다며 개과천선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오늘 바로 이 세 가지 Talk, Play, Love를 실천해보라.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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