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보도 주차파'인가?
혹시 당신도 '보도 주차파'인가?
  • 제주교통연구소 현병주 이사
  • 승인 2019.04.0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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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 문 앞에까지 가서 차를 세우고 싶어 한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은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며, 경제성의 원리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는 행동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

차를 세워서는 안 되는 곳에 주차를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우선하고 있음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필자가 도내 운전자 20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한 사례가 있다.

질문은 “교통량이 많고 주차가 금지된 간선도로변 은행 앞에서 현금지급기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부근(100미터 이내)에 유료주차장이 있다면 불법주차를 할 것인지??”였고,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은 “예”, “아니오”로 한 다음 다시 주차를 하겠다고 응답한 운전자에게 추가질문으로 “주차를 하려는 이유는?” 질문을 했다.

그에 대한 응답을 “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자신에게 이익이 되니까 ② 남들도 그렇게 이용하니까 ③ 주차장 이용은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④ 주차단속을 하는 사람이 없으므로”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①번 항목에 46.7%, ③번 항목에 35.9%가 응답하여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우선하며 짧은 시간 동안에 주차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부담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의하면 운전자는 자동차를 이용하는데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편의성과 이익은 생각하면서도 거기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운전자의 경향에 따라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차장 운영 방안은 이용율과 회전율을 높이기 위하여 짧은 시간(약 30분 이내) 동안 은 무료로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장시간 주차인 경우 요금을 누진하여 부과하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들은 차를 세울 때 목적지에 가장 근접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비용부담에는 인색하다.

불법주차를 했을 때 단속되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있는 일이지만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피할 수 없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주차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주차행위에 대한 선별적이면서도 신중한 접근으로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아울러 불법주차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인식의 출발점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계형 주차(상가에 물건을 내리는 일,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는 일 등 일반적으로 5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차를 세움)인 경우는 주차단속을 자제하되, 일반 시민이 잠깐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편의성에 중점을 둔 행위인 때는 즉각적인 단속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차단속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단속과정에서 시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단속을 해 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시민들이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단속자체에 불만을 가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은 차를 운전하는 시민들에게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비용부담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 연료비용, 소모품교체비용, 정비비용 등 유지관리에 따르는 비용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이제는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되고 한정된 주차공간 때문에 차를 세우는데도 기본적인 비용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차를 세우는 일에 질서가 필요한 것은 주차의 기본개념을 바르게 인식하고 중요하게 생각함에서 비롯될 수 있다. 주차로 인하여 다른 교통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소방차나 구급차 및 구조대의 진입을 막아 인명과 재산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특히 보도 위에 주차하는 일은 보행자의 보행권을 침해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사람을 사고의 위험에 빠뜨린다. 그 때문에 어떤 이는 이들을 “보도주차파”라고 이름 붙여 폭력조직에 비유한 적이 있다.

직접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보도 위에 세워진 차를 피해 차도를 걸어가야 할 때 다른 차가 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의 바람직한 의식은 다른 사람과 나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행위가 나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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