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언제까지 논의해야 하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언제까지 논의해야 하는가?
  • 제주교통뉴스
  • 승인 2019.02.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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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언제까지 논의해야 하는가?

 

현 병 주TBN제주교통방송 본부장
현병주 [TBN제주교통방송 본부장]

준비가 안 되었으니 정책을 미루어야 한다.”며 시행이 미뤄진 세월 동안 서로를 탓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시행시기,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정책 시행 효과는 반감되거나 필요없는 계륵이 되어 버린다.

 교통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예로 주차장 확보율은 100%에 육박하는데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거나 사용이 불가능한 부설주차장이 대부분인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차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주차장확보율이 200%가 되면 가능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차가 움직이는 것은 운전자의 욕구와 이동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주차장은 고정되어 있어서 운전자의 욕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톰슨과 워드롭 이론에 따라 도로, 주차장 등 공급요소가 충족되면 자가용 소유가 증가하게 되고, 또 다시 공급일변도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교통혼잡과 비용은 증가하게 되어 악순환한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하는데, 교통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운전자나 차량 소유자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감을 갖거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차량 소유를 제한하는 차량총량제와 차를 가질 수 있되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을 갖추어야 하는 차고()증명제또는 거주자 우선주차제’, 공공의 주차장을 유료화하는 공영유료주차장’, 교통량을 유발시키는 대단위 사업장이나 건물에 비용을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제’, 일정 시간 도심통행을 제한하는 도심통행제한또는 혼잡통행료부과’, 일정의 구간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기도 하고, 주차공간을 제한하는 주차상한제등이다.

 최근 제주도는 톰슨과 워드롭 이론에 따라 제한된 주차장 공급정책과 대중교통체계개편으로 도민의 이동편의성 증진과 대중교통 중심으로의 이용수단shift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수요관리방법으로 차고()증명제, 교통유발부담금부과 정책을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추진의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조례제()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행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고()여건을 갖추고 충분한 주차장을 공급하는 등 정책실현 요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보류하거나 미뤄야 한다는데 발목이 잡혀서 10여년을 보냈다.

 이른바 닭과 달걀을 구분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해서 주차여건 등이 잘 갖춰지면 굳이 차고()증명제시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다른 지방은 하지 않는 것을 왜 제주만 해야 하느냐거나 일본사례를 들어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여건으로 다른 지방과 연결되는 도로망을 갖춘 타지방과 정책 시행을 비교하는 것은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오류에서 온 것이다.

 차고()를 갖추도록 하면 차를 갖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구입시기를 늦추거나 자제하게 되므로 제도를 선행하면서 결함을 메꿔야 하고, 제한적 공급정책을 함께 추진하면서 교통수단 이용 선택의 변화를 유도하는 중립적 정책을 선택해야 맞다.

 또한 교통유발부담금제는 결자해지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므로 유발자로 하여금 대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므로 행정에서 추진해야하는 부담을 자발적 참여로 만드는 민주적 방법이지만, 그 동안 제주에서는 대상건물()이 적어 관리비용이 부담금 징수액에 미치지 못하므로 시행을 유보한 것이다.

 제주교통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IT시스템을 활용한 빅데이터분석이 정책의 근간을 마련하는 새로운 기술로 발전되는 시대인만큼 정책을 입안하는 도정이나 그를 검증하는 의회에서도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는 발전적이고 생산적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되거나 비용부담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더 쾌적하고 안전하며 행복의 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 참아내고 부담을 기꺼이 한다. 어느 것이 진정 도민을 위한 길인지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고 후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제주도의 교통환경을 넘겨줘야 할 것이다.

                                                                                                  -TBN제주교통방송본부장 현 병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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