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운전자도 보호해줘야...
어린이 보호구역, 운전자도 보호해줘야...
  • 제주대학교 황경수 교수
  • 승인 2020.04.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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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행정학과 황경수 교수

교통전문가의 소망은 어떤 분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소망은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충분히 확보해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전하게 이동시켜드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할 때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워진다.

어린이 보호구역내에서의 민식이법을 적극 지지한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이는 민식이법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민식이법이란 아시다시피 슬프게도 2019년 9월 김민식 군이 충남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이러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방차원에서 만든 법이라 할 수 있다.

거듭 말씀드린다. 교통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민식군의 사고는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민식이법이라는 이름의 제도로 만들어진 것이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일부 개정사항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신설조항이다.

“자동차(원동기장치 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민안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의 신설에 대해 논평들이 많다. 당연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하도록 하는 규정은 필요하다. 논평들을 보면 첫째, 과실로 인한 것에 무조건 징역처벌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이다.

과실범인 교통사고 운전자를 살인이나 음주운전과 같이 고의행위가 포함된 범죄에 준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살인의 형량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접근하는 차량들의 많은 부분은 지역주민이거나 해당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의 학부모, 그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원 등일 것이다. 걱정이 된다. 그 운전자들이 큰 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규정에 적용하여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하면 큰 저항없이 충분히 처벌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물론, 어린이 보호를 위해서, 이러한 강력한 법률과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만큼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을 위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의를 기울여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어린이 보호와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맥락에서 준비한 이 글을 쓰기 위해 제주시내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 현장에 가 보았다. 어린이 보호구역 중에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초등학교 주변이었다.  

조사해보니 걱정되는 점으로서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속도를 낮출 수 있는 시설들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속도를 내던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접근하게 되어 있다. 아직도 도로는 소통중심의 철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드휀스를 만들고 있지만 도로양측 모두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중앙분리대 가드휀스는 없었다. 언제든지 우리 어린이들이 도로로 들어올 수 있고, 뛰어서 횡단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셋째, 도로는 다른 도로처럼 아스콘으로 포장되어 있다. 도로포장재질로써는 차량들이 속도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넷째,

다행이도 보도측 가드휀스에는 구간마다 학원차량에서의 승하차를 위한 승하차게이트가 설치되기 시작한 곳들이 있었다. 교외지역, 농촌지역의 초등학교는 이러한 시설들은 미비한 상태이다.

다섯째, 어린이 승하차구역을 배정하여 학원차량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학원차량들의 일시 정차공간이다. 이 또한 교외와 농촌지역은 달랐다. 같은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어린이와 운전자들 모두를 위한 시설들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제주시 노형동 해안마을의 해안분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 학교 울타리측 가르휀스는 설치되어 있음. 맞은 편에는 보도가 조성되어 있지 않고 쓰레기 집하시설과 주차공간이 있다. 이 주차공간을 활용하여 학원차량 등의 주정차 공간으로의 조성가능성이 있다. 쓰레기 집하시설 이동으로 주정차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제주시 연동 한라초등학교 정문 : 어린이 승하차 구역을 개설해서 학원차량 등이 일시 정차하였다가 어린이들이 승하차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드휀스 곳곳에 승하차게이트를 설치하여 어린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제주시 이동2동 도남초등학교 후문 어린이 보호구역 : 일방통행도로이다. 왼쪽 편이 학교여서 오른쪽에서 승하차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오른쪽에도 보도상에 가드휀스를 설치하고 있다. 한라초등학교처럼 승하차 게이트를 설치하고 있다.   

어린이도 보호하고, 운전자들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서 관찰해서 얻게 된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야간 조명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학교 울타리를 두고 있는 지역은 저녁에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울타리에서 밝은 조명을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충분히 조명을 확보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규제는 시간대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중앙차로를 구조적으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무단횡단을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운전자들도 사고로 인한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시설이 될 것이다.

셋째, 자동차의 속도를 구조적으로 낮추어 줄 수 있는 시설들이 필요하다. 요철포장, 굴곡차로(시케인) 기법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넷째, 비바람, 눈이 오는 날도 차량들이 학교정문에서 혼잡을 이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일정구간의 보도에는 비가림시설을 설치하여 안전을 도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제주는 쾌청일 수가 다른 지역보다 오히려 적은 편이다. 65일 정도라고 한다. 비오는 날이면 초등학교 정문 주변이 북새통을 이룬다.

어린이 보호구역내에 차량들이 오지 않아도 아이들이 통학이 가능하도록 비가림시설을 보도와 교내 강의실까지 연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어린이보호구역이 시작됨을 알리는 적극적 시설이 필요하다. 문주식으로 하거나 일정구간 지붕을 만들거나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추가할 사항을 이야기 하라 하면,

첫째,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일단정지하게 하는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하고 싶다. 어떻든 교차로 앞에서는 일단 정지를 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의 “「교육환경평가서작성 등에 관한 고시(2017년)」별표 1 교육환경평가 항목별 기재사항 및 작성 방법”에서는 학교, 어린이 통학로 등을 주간선도로 및 보조간선도로를 횡단하지 않게 설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학교의 학생주출입구는 집산도로 이하 주 통학로에 설치하며 차량출입구는 분리 설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다이어트 기법을 적용하고 차로수를 줄여 그 공간을 학원차량들의 승하차 공간으로 활용하고, 보행공간을 확대하는 방법일 수 있다.

셋째, “제주특별자치도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5년마다의 어린이 통학로 개선기본계획 수립을 어린이와 학부모, 학교와 전문가, 공직자분들이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넷째, 앞에서 제시한 제주특별자치도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교통안전지도사, 교통안전지킴이 등이 초등학교와 그 외 어린이 보호구역에 투입되어 통학시간만이라도 어린이 안전과 운전자들의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들은 어린이 보호구역 밖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 한 어린이도 자동차 교통사고로 사망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를 보호하고, 운전자들도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시설, 인력지원, 제도보완, 예산투입 등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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