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를 위한 넛지(Nudge)
회전교차로를 위한 넛지(Nudge)
  • 제주대학교 황경수 교수
  • 승인 2020.02.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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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행정학과 황경수 교수

넛지(Nudge), 팔꿈치로 옆 사람에게 사인을 주면서 좋은 쪽으로 안내하는 행위. 

리터드 탈러·캐스 선스타인이 지은 책 「넛지(Nudge)」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국가나 정부가 강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부드러운 개입”을 하는 정책을 말한다. 넛지를 공공정책과 연결하여 논의한 책이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강은숙과 김종석이 2019년 지은 「행동경제학과 공공정책」, 유성사 출간이다. 이 책을 참고하면 우리 공직자들이 각종 정책의 순응 확보를 위한 부드러운 개입의 기법들을 창의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dl러한 넛지를 가하거나 넛지를 이용해 정책을 계획하는 사람을 “선택설계(choice architecture)자들”이라고 한다. 제가 선택설계자가 되어서 제주도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전교차로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넛지(작은 기법들)를 제안하고자 한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제주지역 교통영향평가에서 회전교차로를 제안하거나 주문하면, 심사위원들은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신제주 로타리를 없애자는 의견도 주기적으로 있었다. 제주대학교 입구 5.16도로 교차로의 로타리 소나무는 2007년 누군가의 농약투입에 의해 고사되었다. 로타리를 그대로 두자라는 주장과 도로확장과 더불어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맡붙어 논쟁 속에 있다가 누군가가 고사시킨 것이다. 2000년 초반의 제주도는 로타리의 형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0년대가 되면서 제주도는 회전교차로 시범도시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교외지역 회전교차로가 확대되었다. 지금도 외지에서 온 자가운전자나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회전교차로에 대해 꺼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첫째, 회전차량 우선이라는 홍보를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회전차량 우선이라는 규칙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다. 제주의 경우 신제주와 서귀포 1호광장 로타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회전차량 우선이라는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회전교차로에는 진입차량 양보, 회전차량우선이라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하여 진입차량들이 저속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중앙교통섬은 원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대학교 정문 앞 로타리 교통섬은 원형이 아니라 계란형의 교통섬으로 되어 있다. 원형이 아니어서 회전하는 차량들의 속도가 지점마다 다르게 되어 있다. 속도의 위계가 생김으로써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이 부분을 원형으로 보정할 필요가 있다.  

제주대학교 정문 로타리 교통섬이 타원형으로 되어 있다. 동서축은 속도를 내도록 되어 있다. 남북측은 회전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대기하도록 되어 있다. 충돌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셋째, 진입하는 차량의 속도를 더 늦출 수 있도록 교통섬으로 유도해야 한다. 교통섬에 직선으로 다가오면 충돌사고의 위험이 있다. 진입하는 차량은 회전교차로로 진입하는 순간 회전차량의 뒤를 따르는 모습이 연출되도록 보정해야 한다. 

넷째, 교통섬과 횡단보도에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 중앙교통섬의 인지를 위해서는 야간 조명을 보강해야 한다. 회전교차로의 횡단보도들은 맥락적으로 볼 때 보행신호를 주기가 어렵다. 회전교차로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 보행의 안전을 위해서는 조명을 대폭 보강하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교외지역의 회전교차로 횡단보도에는 조명을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회전교차로 횡단보도는 고원식(험프식)횡단보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진입하는 차량의 속도를 늦추도록 하기위함과 보행자들을 확인하는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회전교차로내 공간은 요철포장으로 교통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회전교차로 인근부터 요철포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일곱째, 횡단보도 인근지역에서는 불법주차를 금지하고, 단속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불법주차가 회전교차로의 진입과 진출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횡단보도의 보행자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회전교차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스템으로써의 편익은 물론 사회적 편익 측면에서는 이미 긍정적 평을 받고 있으나 개인적 편익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은 몇 가지를 보완함으로써, 즉 넛지적 접근을 통해 긍정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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