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관광객 '집토끼 취급', 국내외 관광객 동시 급감에 속수무책
내국인 관광객 '집토끼 취급', 국내외 관광객 동시 급감에 속수무책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0.02.05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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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국인 관광객을 집토끼 취급하던 제주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큰 충격에 빠졌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관광협회 등 관련단체는 최근 신종코로나로 인한 제주관광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사드 보복과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들이 메워줬지만 이번에는 동시에 급감하고 있다"며 "도내 관광업계 지원을 위한 재정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이 대다수를 이루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거의 전멸한 것을 감안하면 제주관광산업에 공황기가 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 뿐만 아니라 "제주도=중국인 천국"이라는 인식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도가 무사증제도 등을 통해 외국인, 정확히 말하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내국인들이 제주관광에 대해 실망감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사드보복과 메르스 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했던 당시에는 오히려 내국인들이 "중국인이 없는 제주도가 가장 쾌적하다"며 제주여행에 적극 나선 바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제주 관광산업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지나자 다시 제주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모시는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줬을 뿐 내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제주도가 내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은데는 제주도의 행정력보다는 민간단체와 미디어, 그리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큰 역할을 해왔다.

민간단체가 조성한 올레길 걷기가 제주 올레 열풍을 몰고 와 수년 간 제주 관광을 책임졌으며, 그 이후에는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의 제주이주 열풍과 이에 따른 한달살기와 현지체험 등이 인기를 끌며 제주 관광트렌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주도가 기여한 것은 무엇인지 선뜻 떠올리기 힘들다. 특히 한달살기를 중심으로 한 장기휴양형 관광이 인기를 끌며 미등록 숙박업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데 대해 단속만 벌였을 뿐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그 열풍이 사그러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법과 규정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기에 미등록 숙박업에 대한 단속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제주 한달살기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주도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평화로운 제주 시골마을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핵심인데, 아무런 대안없이 미등록 숙박업소만 단속하다보니 한달살기가 가능한 숙소는 기존 펜션과 리조트 뿐. 관광객들의 니즈와 전혀 다른 환경은 결국 한달살이 열풍까지 꺼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제주도의 실책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레 열풍으로 제주 구석구석이 재조명받고 관광객들이 증가하면 어김없이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올려 풍경을 훼손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자림로 확장공사다. 멋진 자연풍경에 관광객이 몰리면 "차가 많아 길이 막힌다"는 이유로 도로를 확장하고 대형건물을 올려버리는 것이 제주관광산업의 현실이다. 

결국 제주도정이 '제주 열풍'에 무임승차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사이 그 열기는 사그러들고, 제주순인구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판이며, 이제는 신종코로나로 인해 내국인들이 제주를 외면하고 있다.

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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