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보행도로, 도시를 사랑하게 한다.
인간적인 보행도로, 도시를 사랑하게 한다.
  • 황경수 교수
  • 승인 2019.10.1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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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적인 보행도로, 도시를 사랑하게 한다. 

 

황경수/제주대학교 행정학과
황경수교수/제주대학교행정학과

보행도로를 인간적으로 만들면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그 도시를 사랑하고, 애착심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실 이야기는 일본 田村敏久(Toshihisa Tamura)라는 학자가 한 이야기를 응용해본 것이다. 일본에서 정리된 보행도로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다. 일본을 닮아가자는 것이기보다는 이런 계기를 참고하여 우리의 생활과 인본(人本, 휴머니즘)이 담겨져 있는 보행도로를 우리 형태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저는 서울 생활을 많이 하지 못했다. 덕수궁 돌담길이 바뀌는 모습, 인사동길이 달라지는 이런 좋은 모습과 더불어 달동네 올라갈 때 힘들었던 생각 등이 남아있다. 학교 주변 이면도로의 주차문제는 왜 그리 심각하고 위험한 지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본선류가 막히니 이면도로로 돌아가는 통과교통 차(through traffic)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먼저, 보행공간이 우리에게 주었던 의미들을 생각해본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나뭇잎과 눈을 쓸고, 어린이들은 놀다가 엄마 아빠가 오는 것을 반기고, 어르신들은 팽나무 밑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장이 열리기도 하고, 곡물을 말리기도하고, 초가집 일 새끼를 꼬기도 하고, 요즈음은 플리마켓이나 버스킹이 일어나기도 하고, 잔칫 날은 넉둥배기 노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도시의 보행공간을 자동차로부터 되돌려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듯하기도 하다.

오늘은 네덜란드의 보넬프(Woonerf)라는 보행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 각국에 유사한 정책들이 많다. 홈 존(home zone), 20(zone 20), 완전도로(complete road) 등의 이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스클존, 노인보호구역 제도와 연결되는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넬프라는 제도는 일정구간의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제도이다. 물론 자동차도 같이 사용하지만 자동차에게는 끝없이 보행자에게 양보하도록 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제도라 하겠다.

맥락으로 보면, 첫째, 출입구에 초입에는 보넬프(Woonerf)를 알리는 입간판을 세운다. 이 보넬프로 들어가게 되면 자동차는 이제 속도를 줄이고 조심하시라는 표시이다. 둘째, 통과교통으로 돌아가는 차, 관통하려는 차 들은 엄두가 나지 않도록 시설한다. 아예 그 구간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셋째, 모든 이용객들이 행복해 하고, 주변 상가들도 장사가 잘 되도록 만들어나간다. 도로가운데 주차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기법을 보면, 첫째, 지그재그식 도로를 만든다. S자 형 선형을 일부러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둘째, 양방향 2차로를 일정 구간부분은 1차로로 만들어서 서로 기다렸다가 교차 진행하도록 한다. 그러니 그 마을, 그 가로로 들어갈 차량만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호주나 뉴질랜드만 가 보아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교통을 진정(traffic calming)시키는 효과로는 최고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류화한다고 해서 교통류를 분리시키는 교통섬을 만든 것 가지고도 불편하다고 치우라고 민원을 제기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셋째, 험프, 고원식 횡단보도, 홈을 파서 속도를 저지시키는 V자형 홈 등의 속도제약 장치들을 한다.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차량이 훼손될 정도의 강력한 시설들이다. 넷째, 요철식 도로 포장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들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자갈돌 같은 것을 박아서 만든 도로이기 때문이다. 가로 15cm, 세로 15cm 정도의 돌들을 박아서 포장을 한 것이다. 다섯째, 도로 가운데 나무 심기, 화분 정열하기, 의자 놓기 등으로 차량들이 상시 조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다수 한다. 물론 이러한 도로가구(street furniture)주변에는 연석(curb stone)으로 안전장치를 만든다. 여섯째, 굴곡과 굴절의 기법을 활용하는 시케인(chicane) 구간을 만드는 것이다. 2차로가 1차로 바뀌었다가 1차로가 2차로로 바뀌는 기법도 시케인 기법 중 하나이다.

이런 제안을 하면서도 이러한 제도가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들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제주도민들이 사랑하는 도로, 애착심을 가지는 제주도를 만들려면 보행도로에 이 정도의 정성은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그러면 이러한 보행중심 이면도로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면 좋을까? 네덜란드의 보넬프(Woonerf)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는 그렇고! 청주에서는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라고 명명했다 한다. 제주에서는? ‘안전한 우리 집 올레’‘우리 올레 골목’‘올레 안전 골목’‘자동차 진정 골목’‘집 앞 올레 골목’‘사람 주인 올레 골목’‘올레 골목’‘차 진정 올레’‘차 진정 골목등등을 생각해 본다.

도시의 질서가 잡히고,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인식을 확대할 수 있으며, 도시민으로써 자존감과 애착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려면 보행도로를, 이면도로를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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